[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31 에스토니아+라트비아 - 타르투 대학 박물관(하) + 국경넘어가기 |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들

31. 타르투 대학 박물관 (하)

2011년 6월 6일


발걸음을 옮겨 의학박물관에 갔다.
5시면 닫는 곳인데, 4시쯤에 겨우 갔다.
박물관 방 중에 뭔가 진료실처럼 생긴 방이 있었다.
거기엔 척추가 이상하게 휜 사람의 X-ray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여기는 전시만 하는 건가요, 아니면 실제 진료실이나 연구실로 쓰는 건가요?”

“아, 옛날에는 연구실이었는데, 지금은 박물관으로만 쓰고 있어요.”


옆방으로 가니 기형 표본이 방 몇 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사람 뱃속에서 나오는지 신기하다.

가장 섬뜩했던 것은 두 얼굴의 아기.
샴쌍둥이 같은 것이 아니고 머리에 눈코입 세트가 두 개가 붙어있는 것이다.
나를 따라오던 매니저께서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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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 쌍둥이의 여러 종류

구글 검색에서 가장 기억과 유사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개의 인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며칠 살지 못해요.
수정란의 세포분열에 이상이 생겨서 생기는 기형이에요.
초기에 세포 분열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분열이 되다가 말면 이런 기형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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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고환에 걸린 Elephantiasis. 한글로는 상피병 정도로 해석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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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iasis라고 이름이 붙은 표본이 있다.
코끼리? 그런데 표본으로 담긴 건 엄청나게 큰 둥근 종양.

“왜 이 표본 이름이 Elephantiasis죠? 코끼리랑 무슨 관련이 있는거죠?”

“코끼리랑은 관련이 없고요. 이건 남성의.. 그.. 곳인데,
이게 무지막지하게 커지면서 생기는 병인데
그게 코끼리만큼 커진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어요.
그런데 종양인지라 제 기능은 못합니다.”




이때부터는 아예 매니저가 내 뒤를 따라 다니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신다.
닫을 때 다 되었고 혼자 있기 적적하니
자신의 말 들어주는 사람하고 같이 노는 것에 흥미라도 느꼈나 보다.




얼굴에 화상이 난 것 같은 표본도 있었다.

“이건 진짜는 아니에요.
이 대학병원에서 수술에 성공한 환자를 재현해 놓은 모형이에요.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얼굴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더니
얼굴의 반이 종양으로 변해버렸어요.
다행히 몇 번의 수술 끝에 지금은 정상적으로 잘 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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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인데, 흔들의자고, 스크린은 없으며, 1인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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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자궁 모형도 있었다.

“단순한 모형이 아니에요.
어머니 뱃속에 있었을 때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든 모형이에요.
들어가서 누워 보시겠어요?”

안에 누워보니 사방이 붉은 빛이었다.
정말 엄마 뱃속을 자세하게 표현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제 침대를 살살 흔들면서 말해준다.

“뱃속에는 양수가 차 있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뱃속에 있었을 때에는 물에 떠다니는 느낌이 이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소리가 좀 울릴 거예요.
역시 물 때문에 소리가 이렇게 들리는 거예요.”

“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리는데요?”

“그렇죠? 그래서 태교가 매우 중요한 거랍니다.
화를 내면 안 돼요.
좋은 것만 듣게 해 줘야 합니다.”

입장료 단돈 1유로로 태교를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배우고 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좋은 분들 잘 만나서 재밌고 유익하게 보낸 것 같다.





검문도 안 하는 국경인데...

2011년 6월 8일



발가Valga/Valka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리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경기도에서 충청남도로 넘어가듯 에스토니아에서 라트비아로 넘어갔다.
국경 검문소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예전에 국경을 철폐하기 전 국경검문소의 터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신기해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국경 넘나들기 놀이도 했다.
그러면서 [나 오늘 국경 30번 넘나들었음] 이러고 있다.



여기에서 국경넘기 놀이 ㅋㅋ

이제부터는 제 사진입니다


국경은 이렇게 간단하게 넘을 수 있는데, 그 간단한 국경 하나 차이는 정말 크다.

문패의 색깔이 달라지고,
언어가 바뀌고,
화폐가 바뀐다.

그렇지만 가장 피부로 와 닿던 것은 의사소통의 차이.

라트비아는 유로를 쓰지 않는다. 라츠Lats라는 고유의 화폐를 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갈 급전이 필요해서 현금인출기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국경 지역의 현금인출기에는 자국과 인접국의 화폐를 모두 뽑을 수 있다.
그런데 에스토니아 쪽에서 카드를 넣고 라츠로 뽑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해서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또 다른 인출기 위치를 물었다.

“여기 라츠가 없어서 그런데 또 다른 인출기 어디 있죠?”

“조금만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른 은행이 있어.”

다른 은행에서 시도를 했지만 같은 이유로 허탕을 쳤다.
그래서 그냥 국경 너머의 ATM을 쓰기로 한다.
그런데 라트비아 쪽 넘어서 은행에 들어갔더니 인출기가 없다.
은행원한테 물었다.

“인출기 어디 있나요?”

“.....?”

사람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그렇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바로 앞에 에스토니아는 적어도 3~4개 국어를 알아야 취업을 하는데
여긴 교육을 그렇게 힘들게는 시키지 않나 보다.

안되면 몸짓발짓이라도 해야지.
카드를 보여주고 우리나라에서 하던 돈의 사인을 한다.
[엄지랑 검지로 원을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을 펼치는. OK 사인과도 같이]
그런데, 그걸 또 못 알아듣는다.

너무 답답해서 이성을 잃었다.

나도 모르게 카드를 들고 영어를 외쳤다.

“머니! 머니!”



그런데 이게 직빵이었다!

“머니! 컴컴.”

그렇다. 아무리 영어를 몰라도 [머니]는 세계 공용어다.




이 은행은 이상하리만치 ATM이 없다.
창구에 카드를 주면 돈을 빼 주는 방식이다.

들어가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 흰 쪽지와 펜부터 주신다.
내가 라트비아 어를 할 리는 없으니깐.

은행원 표정이 좋지 않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면서 카드를 돌려주신다.

다른 카드를 드렸다. 이것도 먹히지 않는 듯싶다.
그러더니 더듬더듬 말씀하신다.

“저쪽, 500m, 에스토니아, 돈.”

저쪽 500m란 것은 국경 너머 에스토니아 쪽이란 뜻이다.
거기는 돈이 없던데. 그걸 말한답시고 열심히 몸으로 설명했다.

[에스토니아쪽을 가리키면서 돈 모양을 한 다음 네모난 박스를 그리고
여기를 가리킨 다음 다시 돈 모양, 그리고 절래절래]

이런 제길...
이건 몇 년 전에 K 방송국에서 나온
가족과 함께 즐기는 오락관의
벽과 벽 사이랑 다를 바가 없다.

사물을 표현할 때에는 어떻게든 하겠는데 라트비아 돈이며,
현금인출기를 몸으로 어떻게 설명하라고!

“노노”

과연 이 [노노]는 내 말을 알아듣고 한 것일까?
그냥 포기해야겠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았다.
그렇지만 만나는 족족 벽과 벽 사이를 해야 했다.

유일하게 짧게나마 영어를 알아들으신 분께 카드와 돈을 보여주면서 [라츠]를 외쳤다.
그 사람은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신다.

“앞으로 20킬로. 런.”



제길... 여기에는 없구나...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 시간을 더 달릴 수밖에 없었다.

배고파 죽는 한이 있어도 카드수수료 내긴 싫다.





간신히 돈 뽑아서 왕창 집어먹었다. 이래도 2라츠 좀 안된다. (=4400원)



달리다 지쳐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쉴 때



라트비아 라츠. 1라츠 = 2200원이라 들고 다니는데 매우 무섭다. (지금은 유로존이 된 듯)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29-30 에스토니아 - 이젠 씻고 싶다 + 타르투 대학 박물관(상) | 에스토니아에도 학생감옥이 있다?!
CHAP1_26-28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아구르네를 떠나며.. | 에스토니아 남자들도 군대에 간다?! | 에스토니아의 슈퍼스타 K
CHAP1_25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에스토니아 아이들에게 한국 알리기 | 에스토니아판 아.우.성.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CHAP1_22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동양인은 봉이다
CHAP1_21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핸드폰과 맞바꾼 인연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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