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01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냐?

2011년 5월 4일 22:50, 인천공항





일들이 어찌 되었든 내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제 내가 한국을 뜨는구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는 찬란한 면세점의 세계가 펼쳐져있다.
어차피 남의 이야기.
지금 28만원을 불 질렀는데 어디서 쇼핑할 정신이 나냐?
원래 쇼핑에 관심과 애정도 없었으면서.

빛나는 면세점의 거리를 지나 게이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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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앞에 앉아 멍 때리고 있었다.

티켓 값 103만원과 짐 값 28만원...
1년짜리 티켓임에도 무척 싸게 샀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치도 못한 지출의 충격으로 며칠 동안은 허리띠가 꽤 졸릴 것 같다.
이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굶을 수는 없고,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먹는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지출인데..
한 달에 100만원 이하로 써야 되고, 그런데 이미 28만원이 날아갔으니..
뭐, 하루 3만원 인생을 2만원으로 줄이면 되긴 하다.

말이 쉽지!
내가 지금 하루 6,7만원씩 쓰기로 작정한 사람도 아니고
원래 쪼들리게 하루 3만원 쓰려고 작정하고 왔는데 지금 이 상태면 하루 2만원씩 써야 한다고!

어쩌면 이번 달은 노숙만 해야 할 수도 있단 말이다! [절대 못하지만]
아무리 내 돈으로 티켓이랑 자전거 장비들을 마련했다고 해도
생활비는 부모님께 한 달에 100만원씩 등골을 빼 먹기로 했는데,
부모님의 골수를 이런 식으로 헛되이 쓸려고?

아무리 유럽에서 한 달에 100만원으로 살기 빠듯하다고는 하지만, 100만원이 좀 큰돈이냐?
우리는 88만원 세대다. 뼈 빠지게 일해도 월급이 88만원이다.
한 달 100 벌지도 못할 거면 더 달라고는 하지 말자.
부모님의 골수, 소중하게 쓰자. 알았지?


그런데 더 문제는,
지금 영국에서 노르웨이 넘어가는 것은 이 항공사가 아니고 다른 항공사로 하나 더 끊었다는 사실.

이 말은, 노르웨이까지 짐이 자동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자전거 값도 새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타는 항공사는 자전거에 추가 요금 없이 30kg까지 날라주는데,
영국에서 노르웨이 넘어가는 비행기는 수하물 한도 23kg인데,
자전거에 30파운드가 붙는다.
그리고, 오버차지 1kg당 12파운드다.
17kg 초과니깐 오버차지로만 204파운드,
도합 234 파운드다.

근 43만원!



오, 지쟈쓰!




갑자기 방송이 나온다.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항공기 기체에 문제가 생겨서 부품을 교체해야 되는데,
지금 본 창고에 재고가 없어 부품 수송에 2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승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뭐, 이젠 되는 일이 없냐. 그래. 어디까지 꼬이나 보자!




2시간 후, 비행기는 무사히 떴다.

딜레이 덕에 환승시간이 1시간밖에 없어서 승무원한테 환승 가능은 하냐고 하니깐 1시간이면 충분하단다.

그런데 진짜로 내리자마자 느긋느긋하게 갔음에도 불구, 보안검색 한 번 더 했음에도 불구 여유 만만하게 런던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두바이까지 9시간, 런던까지 7시간 날아가서 드디어 영국 히드로 공항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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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까칠하신 히드로

2011년 5월 5일 14:30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영국 땅을 밟는 마지막 순서, 국경심사대 앞이다.

EU 카운터와 다른 나라 카운터가 분리가 되어 있었다.
EU 사람들은 여권만 보여주고 들어가는 것이 참 부러웠다.

여기는 줄이 무지 긴데, 빠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10분 정도 기다리니깐 내 차례가 되었다.
까칠하기로 악명 높은 히드로 공항, 두근거린다.

쉥겐 구역은 아니지만 같은 EU인 이상 쉥겐 조약을 철저히 존중하는 국가.
당장 내일 노르웨이로, 그러니까 쉥겐 구역으로 들어가는 데 아웃이 7개월 뒤 쉥겐지역 안.
잘못 걸리면 불법체류로 의심받을 상황.

떨린다.

그래도 돌파해 주리라.


“돌아가는 티켓 보여줘.”

부스럭

“왜 이렇게 오래있어?”

“[지도를 꺼내 준다.] 내 여행이 원래 이래. 난 쉥겐 기간 끝나기 전에 크로아티아로 빠질 거니깐 걱정 마.”

“여행 어떻게 하는데?”

“베르겐서부터 이래저래 이동해서 이스탄불까지 자전거타고 갈 거야.”

“근데 너 리턴은 로마에서잖아.”

“이스탄불서 파리 간 다음에 이탈리아로 내려갈 거야.”

“티켓 예약했어? 예약한 거 보여줘.”

아니, 뭘 이렇게 다 보여 달래...?

“노르웨이는 어떻게 갈 거야?”

“내일 비행기 예약했어.”

“예약한 거 보여줘.”

언제나 증거주의.

“하루밖에 안 있을 거면서 여긴 왜왔어?”

“한국서 베르겐에 취항하는 게 없어.”

“숙소 예약했어? 보여줘.”

“옜다.”

“돈 얼마나 가지고 여행해?”

“여기 잔고증명.”

“오케이. 일 할 거야?”

“아니.”

“좋아. 웰컴투 런던이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덤덤하게 쓰지, 그 때에는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어떻게 꼬투리를 잡을지 몰라 엄청 두근두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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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기타 짐들을 받고 캐리어에 실어 나른다.
입국장에 사람들을 기다리러 서는 사람들이 내 짐들을 보고 경악을 한다.
근데 저 시선도 좋다. 스타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설레니깐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이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자전거는 도저히 들고 갈 수 없으니 짐 맡기는 곳에 던져주고
일단 히드로 커넥트를 타고 패딩턴 역으로 간다.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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