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2011년 5월 17일
티켓도 샀겠다. 이제 내일이면 같이 탈린을 간다.
같이 갈 생각에 마음이 붕붕 떠다니고 있다.
심장이 터져 나갈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도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소담이다.
“근데 거기에 자전거 실을 수 있어?”
예전에 모의로 티켓 끊어볼 때에는 무료라고 나왔다.
“실을 수 있고 무료라고 하는데?”
“근데 그건 제 값 다 냈을 때 이야기고, 지금 이 티켓에는 또 어떻게 될 지 몰라.”
그렇다. 지금은 정식 티켓이 아니고 떨이 티켓이다.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여행사에 찾아가 봤다.
“이 티켓일 경우에는 자전거 주차도 400크로나(8만원) 별도로 내셔야 하고요,
지금은 이미 발권을 한 상태라서 추가도 안 돼요.
현장에서 내셔야 하는데 그 때는 800크로나(16만원)입니다.”
어쩐지 잘 되어 간다 했다. 이렇게 내 뒤통수를 치다니!
“하지만 짐 싣는 건 무료거든요.
분해해서 박스 포장하면 짐인데 그렇게 실으면 뭐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딜 봐도 이런 걸 체험해 본 사람이 없다. 불안한 것 싫어하는 소담이는 집에서 한 소리 한다.
“그런 건 미리미리 알아봤어야지.”
핀잔주는 투는 아니었지만 내 귀에는 핀잔으로 들린다.
이렇게 점수를 또 깎아먹었다.
웁살라는 아니고 스톡홀롬일거다
이제 웁살라를 뜨는 아침이다.
계속 우중충했던 하늘은 오늘만큼은 환한 햇살을 드러냈다.
어김없이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벌써 어떤 처자는 비키니를 입고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다.
해를 볼 날이 별로 없어서 이런 날만 있으면 밖에 나와서 드러눕는다고.
소담이가 그러길, 대학 수업 시간에도 해가 뜬 날은 수업 분위기가 안 난단다.
그럼 교수님은
“너희 오늘 저렇게 드러눕고 싶은 심정 다 안다.
오늘은 집중 팍 해서 할 거 빨리 하고 일찍 끝내자.”
고 할 정도란다.
우월한 기럭지들이 비키니를 입고 잔디밭에 널브러져 있는 것.
소담이가 며칠 동안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이 이런 거였다고 한다.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
“뭐,.... 그닥....”
너라면 몰라도 이 친구들은 별 감흥이 안 나..
보통 스웨덴에 오면 스톡홀름을 보러 가는 건데
지금 나는
웁살라에 3일 있다가 스톡홀름은 그저 탈린 가는 배를 타러 가는 김에 잠시 들리는 스탑오버 정도의 도시가 되었다.
그래도 좋다.
원래 혼자 비싼 돈 내고 갈 뻔한 탈린을 싸게,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가잖아?
스톡홀름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 역으로 갔다.
유럽은 뭔가 규칙이 희한하다.
기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짐을 실을 수는 있다.
그런데 자전거를 분해하면 자전거가 아니고 짐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분해하면 대중교통에 실을 수 있다.
플랫폼에 가서 자전거를 분해해 실었다. 스톡홀름에 내렸다.
스톡홀름의 5일장(?) 유럽 시장구경도 소소한 재미다
고등학교 졸업기념 패기남녀들의 트럭 전세 퍼레이드 파티
흔히들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트럭 대여료가 만만찮아, 또 아무나 하지는 못한단다
스톡홀롬 중앙역 광장
여러모로 고마웠던 웁살라의 두 여자들 :)
지하철에 갔다. 다시 분해했다.
지하철이라고 뭐 다르겠어? 똑같겠지.
그런데 여기서는 안 된다고 딱 잡아뗐다.
소담이와 승희가 사정사정해도 소용없었다.
그런 우리가 딱해 보였는지 지도를 주면서 길을 짚어 준다.
이 정도까지 해 주면 어쩔 수 없다.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야지.
얼마 멀지 않고 길도 단순해서 금방 갈 듯 하긴 했다.
둘이 걱정을 하지만 방법이 없다. 한시바삐 출발하는 수밖에.
다행히 길을 물어물어 늦지 않게 무사히 배에 탑승했다.
어제 분명 짐으로 태우면 주차비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진짜 그럴까?
자전거를 분해해서
나는 프레임과 무거운 가방 하나,
소담이는 바퀴 한쪽과 침낭,
승희는 바퀴 한쪽과 가벼운 가방을 들고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그 시간까지, 걸려면 벌금이라도 물 까봐 조마조마했다.
서로서로 거리를 두면서 앞으로 갔다.
아무도 우리를 잡는 사람이 없었다.
간신히 방에 도착하자 우리는 녹초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냥 웃었다.
그 큰 쇳덩어리 잘도 떠간다~
다들 너무 피곤했나 보다. 쓰러져서 잤다.
일어나보니 배는 탈린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배 안에서 빙고 하나로 참 재밌게 놀았다. 헤어지기 18시간 전이다.
탈린에 내리니 우중충한 날씨가 우리를 반겼다.
그래도 악을 쓰고 돌아다녔다.
헤어지기 8시간 전이다.

Tere Hommikust, Eesti? 굿모닝, 에스토니아?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참 많다.
예쁜 수공예품 가게들을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헤어지기 6시간 전이다.
우중충한 어느 날의 탈린
베르겐에서 본 불법건축물보다 훨씬 오래 되었을 것 같은 돌벽
계속 이 여행기를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에스토니아는 놀라운 나라다. 손기술이 좋다.


몇몇 수도들을 보면 간판의 거리가 있다. 탈린도 그 중 하나다. 간판이 매우 깨알같이 예쁘다.
거기에 손재주를 부릴 수 있는 곳에 깨알같이 그림을 그려 놓는다.
나의_리즈시절.jpg
에스토니아 전통 요리를 먹어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뭐가 뭔지 모르는 지라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는 타코 가게에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다 사전 준비 하나 없이 온 나의 불찰이다.
점심 뒤에는 카페에 앉아 나머지 남은 이야기들을 했다.
헤어지기 3시간 전이다.
웁살라에서 소담이와 같이 있었던 3일,
목표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기.
하지만 첫날이 지나고 난 후, 승희가 자기 방으로 가는 순간
우리 둘 사이는 아직도 정적이 흐른다.
승희가 와야 대화가 뭐가 되도 된다.
며칠 전에 소담이의 프랑스 절친과 이야기를 할 때였지.
“넌 소담이와 무슨 사이야?”
“응, 지금은 이 아이들 피나 빨아먹는 존재야.”
그렇다. 딱 그 존재다.
친해지고 좋아지면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친해지기 전에 좋아해 버리면 꼭 이런 것일까?
정말 힘들다. 목표도 못 이루고 3일은 주마등같이 지나갔다.
우리, 아니 ‘나 빼고 두 여자들끼리’
서로의 이상형,
결혼 생활의 로망,
미래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난 진짜, 많은 것 바라지 않아.
같이 운동장 몇 바퀴 돌고, 집 앞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들어가는 그런 소소한 삶.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고.”
정말 소박한 아이다. 이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담이가 묻는다.
“넌 이상형이 누구야?”
앞에 두고 빙빙 돌려 말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짜증난다.
“매사가 귀엽고, 많은 것 바라지 않고, 음악과 여행을 좋아하고,”
이건 너고,
“무엇보다도 서로 말할 때 편한 사람이 좋아.”
이건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다.
....헤어지기 1시간 전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됐다.
이런 순간에 보통은 애틋한 순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부랴부랴 배에서 자전거를 꺼내 조립을 하느라 분주하다.
배가 떠나기 15분 전,
한 쪽은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느라,
한 쪽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느라 서로 슬퍼할 여유도 없다.
빨리 보내야 한다. 검댕이 된 내 손. 악수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
“손이 그러니 악수도 못 하네.”
“그러게. 뭐, 돌아가고 보면 되니깐.”
“그렇지. 그럼.. 다음엔 한국에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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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지....
야, 탑승 마감이다. 빨리 들어가야지.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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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SBD 상당의 밥이든 술이든 밋업
(잠실에 서식하고, 합정에서 일합니다. 근데 워낙 싼 인간이라 인서울이면 별로 거리를 가리진 않아요)
(네.. 밋업좀 해 보고 싶었어요 😭)
그럼...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닷!!!
피......쓰!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