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2011년 5월 25일







오늘은 1시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일어나선 기울어진 푸세식 화장실을 고쳤다. 그러고서 아르고는

“우리 친구가 참 기뻐 할 거야.”

라고 한다.

그리고 새로 보트를 정박할 부두를 만든다.
이리저리 힘을 쓰고 나서 계속 입안에 맴도는 말.

“우리 친구가 참 기뻐 할 거야.”

또, 나에게 자기 소개하는 말을 에스토니아 어로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이 두마디만 익히라고 한다.

Mina olen Bryan ja Tolen Koreast.
미나 올렌 브라이언 야 똘렌 꼬레아스트
나는 한국에서 온 브라이언이라고 합니다.

Mulle meedib Eesti keel
물레 멜딥 에스티 켈
나는 에스토니아어가 좋아요.

이러고서는 또
“이 말만 해 주면 우리 친구가 놀라 감동받아서 끼뻑 죽을 거야.”
라고 한다.

도대체 이 친구는 누구일까?





“우리 친구에게 한국 요리를 주면 좋아 할 거야.”

그렇게 해서 만든 게 안동찜닭이다.
태어나서 요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데 이런 곳에서 하게 되었다.
사실 엄마 어깨 너머로 배운 걸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만든 것이다.
요리학교를 나온 아르고가 약간의 에스토니아 식을 가미하여 완성했다.
그래서 그런지 냄새랑 맛은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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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자를 왕창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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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른 야채도 적당히 야채야채 썬다. 엥간한 큰 마트 가면 양파, 배추, 고추, 간장 다 있다.

당면까진 기대하지 말 것. 에스토니아다. 파스타로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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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채와 닭, 간장 등등 왕창 때려박고 끓인다. 장작으로 떼는 야전주방 불조절 담당 아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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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에스토니아인의 입맛에 맞도록 에스토니아인한테 설탕으로 맛을 개조하라고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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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 동네에 압력밥솥따위는 없으므로, 겁나 끓여서 졸여서 낸다.







조금 더 기다리자 친구란 분이 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연륜이 있어 보인다. 40~50대는 되 보인다.

아름은 아소 꼼메르Asso Kommer라고 한다.
직업이 학교 교사인지라 주중에는 학교 근처에서 살지만
자연을 너무 사랑해서 주말에는 이곳으로 온단다.
그리고 방학을 하면 계속 여기에서 산다.

이 산장은 카누를 타고 오는 사람은 그냥 무료로 재워준단다.
그럼 그냥 퍼주기만 하나?

이곳은 스카우트 캠핑장이다.
보이/걸 스카우트들이 2박 3일정도 일정으로 캠핑을 온다.
그 때는 돈을 받는다.
사우나체험, 카누타고 1박2일 야생체험 등등의 프로그램이 있단다.




손님 또 한분이 찾아오셨다.
흰 머리에 풍성한 흰 수염을 보니 영락없는 산타할아버지였다.
이름은 레인Rein이라고 하신다.

산타와 다른 점은,
산타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는 선물이 나오지만,
이 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는 맥주 피쳐가 한가득 나온다.
이 분들은 맥주 없이는 잠을 못 이루시는 분들 같다.
언제나 저녁은 맥주와 함께 마무리하는 듯.




아구르와 아르고는 아소를 친구사이라고 했지만,
여긴 유럽이니깐 그렇게 말을 하지
우리로 따지면 양자다.

이렇게 일을 해도 아구르나 아르고가 따로 받는 월급은 없다고 한다.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돈을 달라면 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태어나서 이렇게 좋은 분은 처음 본다고 한다.




갑자기 레인의 주머니에서 술 한 병이 더 나온다.
러시아 위스키다.
한 잔씩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도 그 마탄의 잔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술이 심각하게 약한 나는 먹고 바로 쓰러졌다.

자다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런데 속이 너무 이상하다.
뱃속에서 뭔가가 올라올 것 같다. 그렇지만 다 뱉어버리면 기분이 심히 좋지 않을 테니 참아보자. 억지로 참아보자.








그러더니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목구멍까지 뭔가가 올라왔다.
이대로는 못 있을 것 같았다.
빨리 나가서 속을 게워냈다.
공허한 산골에 우웩 소리를 가득 채우니 그래도 속이 나아진 듯하다.
뱃속이 그래도 편안해 지니 잠이 온다. 다시 잔다.





일어나니 온 몸이 다시 이상하다.
이 한여름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다.
그리고 온 몸에 힘이 없는 것이다.
침낭에 이불을 덮어도 춥다.

아소와 아이들이 일어나서 화들짝 놀란다.
그러더니 아소는 무려 차타고 1시간을 달려서 내 약을 사왔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물에 타서 차처럼 먹는 약이 있는데, 레몬맛이 나니 참 맛있더라.

그리고 가격표를 봤다. 2.5에서 4유로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3500원서부터 6000원까지.
우리나라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난 이렇게 아픈데도 눈에는 가격부터 보인다. 이 구질구질한 삶.)

일어나지도 말라고 한다.
계속 괜찮아질 때 까지 자라고 한다.








나가서 아프면 서럽다는 말이 있다.
지금 이렇게 누워 있으면서 이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지금 옆에서 간호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이리도 서러운데
호스텔에서 외롭게 누워 있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지금 내가 왜 혼자 자전거타고 나와서 이렇게 고생하나 싶다.

오랜만에 집 생각이 났다.
지금 그냥 얌전히 한국에 있었으면 내 생활은 어땠을까?

계속 집에 굴러다녔을라나?
한국 자전거 여행을 했을려나?
아니면 그냥 친구들같이 아르바이트나 해서 푼돈이나 모으고 있었을까?




이렇게 여러 상상을 하다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이야기와는 별도로 하는 포토로그: 늪에서 야전캠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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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유 랜턴을 준비한다. 이 동네 모기는 사람 손가락 마디 2개 정도 하는 대물이므로, 접근하면 태워 죽일 무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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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늪지도를 준비한다. 맥주는 덤. 정말 맥주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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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버너, 포르투갈 쌀, 모기장, 폴대 등등을 준비해서 가방 몇 개에 나눠담는다.

찬조출연: 아구르 + 덴마크 군용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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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살아돌아오겠다고 양아버지(아소)한테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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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카누를 타고 늪지대로 넘어간다. 저녁 8시, 해 질 어스름의 하늘은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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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밖으로 헛디뎌 세상을 하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통나무 길을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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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면 바로 하직하는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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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착하면 짐 풀고 한 번 좋다고 웃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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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모기장을 치고 낚싯줄로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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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버너를 준비하고 근처 호수에서 물을 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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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쌀을 따서 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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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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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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